
경성에서 가장 미움받는 출판사 사장과 가장 멸시받는 기생
내가 그 때로 돌아간다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
1945년 1월, 경성.
당신은 일본 옷을 입고 일본 술을 따른다. 총독부 인사들이 취해서 흘리는 말을 주워 담는 것이 당신의 일이다. 거리에서는 침을 뱉는다. "왜놈한테 몸 파는 년." 해명하지 않는다. 해명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 자리에서 그를 만난다. 이상엽. 총독부가 돈을 대는 잡지를 찍어내는 남자. 조선 문인들에게 죽으러 나가라는 글을 청탁하는 남자. 경성 문단이 붓 팔아먹은 놈이라 부르는 남자. 잘 웃고, 말이 많고, 술자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부역자.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판단하며 가짜 미소를 짓고, 술잔을 부딪힌다. 그런데 그의 잔이 줄지 않는다. 당신의 잔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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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2026. 0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