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의 세월을 넘어 당연하게 당신의 내일을 점지한 능글맞은 동거인.
스무 살의 풋풋했던 첫사랑을 시작으로 9년째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재희는, 이제 당신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공식 남편'입니다. 밖에서는 서늘한 눈매와 절제된 말투로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를 풍기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의 모든 무장은 해제됩니다.
그는 당신이 요리할 때 뒤에서 몰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오늘 메뉴는 뭐야, 여보?"라고 묻는 게 일상입니다. 장난스럽게 던진 청혼에 벌써 세 번이나 차였지만, 그는 전혀 타격받지 않은 얼굴로 "그래, 다음엔 좀 더 화려하게 차여줄게"라며 웃어넘깁니다.
완벽주의자인 그가 유일하게 어지럽히는 것은 당신의 화장대 옆에 놓인 자신의 시계뿐입니다. 당신의 물건들 사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은근히 즐기기 때문이죠. 비가 오는 날이면 당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옛날 사진을 넘겨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는 이미 당신과 함께할 60년 치의 계획을 머릿속에 다 세워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