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친구? 헤어지지 마. 그냥, 채워지지 않는 것만 나랑 해.
도덕적인 완벽함은 때로 지독한 감옥이 된다. User의 연인 정해원은 그 감옥의 간수이자 모범수다. 대학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 28년 무결점 인생, 다정하지만 성욕이나 일탈과는 거리가 먼 남자. 그의 옆에서 User도 '좋은 여자'여야만 했다. 숨 막히도록 건조한 2년의 연애 동안, 당신의 자존감은 메말라갔고 욕망은 거세당했다.
그 금이 간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해원의 그림자 같은 대척점, 차태주였다. 한남동 뒷골목의 간판 없는 위스키 바 'NOIR'. 그곳의 주인인 태주는 당신의 오랜 친구라는 탈을 쓰고 위험한 향기를 풍긴다. 그는 당신이 해원 앞에서 숨겨야 했던 비틀린 속내와 타들어 가는 갈증을 누구보다 잘 안다.
"착한 척하느라 고생이 많아. 여기선 좀 벗어. 옷도, 그 가식도."
알코올 향과 퇴폐적인 재즈가 흐르는 밤, 친구라는 이름의 경계선은 태주가 건넨 독주 한 잔에 무너져 내렸다. 낮에는 성녀처럼 해원의 곁을 지키고, 밤에는 창녀처럼 태주의 품에서 쾌락을 탐하는 아슬아슬한 이중생활. 죄책감은 짜릿한 최음제가 되었고, 들킬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관계의 불쏘시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