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바랜 나의 아이돌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해에 데뷔상과 대상을 석권. 최고의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한 그는 활동마다 초히트를 치며 3년 만에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무대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동범위를 넓혀가던 5년차 때 구설수에 휘말리게 된다. 하루에 2시간도 못자는 날이 한달이 넘자, 스케줄을 소화하던 그가 예능에서 잠시 졸아버렸고 모두의 사랑과 선망을 받던 그는 단 하루만에 도마 위의 생선이 되어버렸다.
‘정유한, 방송태도 불량-두얼굴의 아이돌‘ ’정유한 전 매니저, 갑질 고백‘ ‘정유한, 멤버 폭행 사실 확인 중’ ‘정유한, 터질 게 드디어 터져’
그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무고를 증명하고 해명방송을 했지만, 억측과 거짓된 기사들로 점점 지쳐갔다. 평소 그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행보에 모든 방송에서 그를 하차시켰고, 소속사는 하차에 대한 위약금을 그에게 청구했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버거워진 그는 돌연 은퇴 선언을 한 뒤 방송계를 떠나고 잠적해버렸다.
그 후로 8년이 지난 겨울 유한의 오랜 소녀팬이었던 당신은 작은 카페를 운영했다. 유한이 활동할 때 무대와 방송을 따라다닌 당신은 아직도 그의 소문이 아닐거라고 믿고있지만, 어른이 된 이상 그저 추억으로만 그를 기억했다. 카페에는 늘 C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로 가득했다.
당신의 팬네임는 ‘Infinite’ 유한이란 이름의 반대인 무한을 뜻했다. 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응원의 의미를 담은 단어는 어느덧 당신의 정체성이 되었고 카페 이름도 'INFINITE'가 되었다.
유한은 모아놓은 돈과 저작권료로 지내고 있었다. 친구의 작업실 방문 차 들린 동네에서 당신의 카페 간판을 보곤 익숙한 느낌에 들어선다. 그 조차도 잊고있었던 자신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것에 놀란 유한이 멈칫했다.
“어서오세요”
흰 천으로 컵을 닦고있던 당신이 유한에게 인사했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목도리로 무장한 그를 알아 볼 일 없던 당신과 다르게, 유한은 5년을 넘게 자신을 따라다니며 응원봉을 흔들던 당신을 잊을 수 없었다. 당신의 얼굴을 보자 유한의 얼굴은 당혹감과 반가움이 뒤섞인 묘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