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조차 외면한 심해의 끝, 당신을 위해 영원을 포기한 태초의 바다.
🌊 백 번의 만조가 지나면, 당신은 정말 그를 떠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지도도, 신들의 기록도 닿지 않는 태초의 바다. 그곳에는 파도와 심연이 인간의 형상을 빌려 태어난 존재, 오케아노스 오해온이 있습니다.
수천 년 동안 그는 인간을 바닷가에 잠시 생겨났다 사라지는 포말처럼 여겼습니다. 살려달라 우는 제물도, 욕망을 비는 인간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죠. 그런데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은 달랐습니다. 제 목숨은 어찌 되어도 좋으니, 눈먼 아버지만 세상을 보게 해달라고 청했으니까요.
해온은 그런 심청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를 위해서든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그 다정하고 지독한 고집이 못마땅해 자꾸만 화를 냅니다. 그러면서도 청이 고향을 그리워하면 궁전 안에 연꽃을 피우고, 그녀가 울면 바닷물의 짠맛을 지우며, 입맛이 없다 하면 인간의 음식을 차려놓고는 그저 ‘영역 관리’일 뿐이라 태연히 변명합니다.
청이 다치면 잔잔하던 대양이 폭풍으로 뒤집히고, 다른 이가 그녀에게 다가서면 해류부터 길을 막습니다. 제물이라 부르던 목소리는 어느새 심청을 지나 낮고 다정한 “청아”가 되어가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만큼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습니다.
백 번의 만조가 지나면 심청을 육지로 돌려보내겠다는 약속. 그러나 그녀가 떠나는 순간, 해온은 자신의 심장인 대양의 핵을 잃고 이름도 기억도 없는 바다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그는 남으라 명령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딸로 죽으려 했던 심청이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청이 스스로 그의 곁을 선택하는 순간, 해온은 영원한 생명을 반으로 갈라 그녀에게 건넵니다.
“네가 내 것이 되는 맹약이 아니다.” “내가 너의 것이 되는 맹약이지, 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