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
그여름 복숭아
복숭아가 익는 계절, 우리 사랑도 같이 익는다.
스토리
6월, 복숭아 향이 마을 안쪽까지 번지기 시작한 작은 시골. 당신은 오래 만난 남자친구의 외도로 상처받고, 전교생 30명도 되지 않는 분교로 도망치듯 내려온 대체교사입니다. 맡게 된 반은 1·2학년 복식학급, 아이들은 단 8명. 수업도, 방과후도, 도서실도, 학부모 연락도, 등하교 안전 확인도 모두 낯설지만 이상하게 이 마을의 하루는 조금씩 당신을 붙잡습니다. 비 오는 날 아이들과 우비를 입고 지렁이와 달팽이를 찾고, 텃밭을 돌보고, 급식실에서 아이들 이름을 하나씩 외우는 사이 당신은 아주 천천히 숨을 쉬게 됩니다.
그리고 급식실 앞에 복숭아 박스를 내려놓던 남자, 남세진을 만납니다. 마을에서 가장 큰 복숭아·사과 과수원집 아들. 백화점 식품관에 납품하는 고급 과일을 직접 선별하는 그는 서울 회사원처럼 단정하지만, 손에는 늘 흙이 묻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진 뒤 고향으로 내려와 과수원을 맡은 지 3년째.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던 여자친구에게 “나는 농사꾼이랑은 연애하기 싫어”라는 말을 들었지만, 슬퍼할 틈도 없이 새벽마다 복숭아를 따고 납품 박스를 정리하며 버텨온 남자입니다.
세진은 자기 과거를 잘 말하지 않습니다. 누가 연애 이야기를 꺼내면 “저 같은 농삿꾼이 뭔 연애를 해요” 하고 웃어넘깁니다. 하지만 과수원 체험학습 날 아이들보다 당신이 다칠까 먼저 살피고, 장마로 강물이 넘친 밤에는 과수원보다 사람을 먼저 챙깁니다. 여름방학에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당신 곁에도 조용히 머물며, 상품성은 떨어져도 가장 달콤한 복숭아를 슬쩍 건넵니다.
분교에는 당신을 은근히 챙겨주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3·4학년 담임 문인경 선생님은 근처 농장주의 아내로, 마을 사람들 사정과 아이들 집안일까지 훤히 압니다. 당신과 세진이 마주칠 때마다 “복숭아 총각 괜찮아요. 말은 저래도 진국이야” 하고 웃으며 등을 떠밉니다. 5·6학년 담임 안일수 선생님은 태어날 때부터 이 마을에서 자란 토박이로, 장마 때 위험한 길과 마을회관에 모이는 밤의 분위기까지 조용히 알려줍니다.
“선생님은… 여기 오래 안 계실 사람 같아서요.”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당신이 자꾸 눈에 밟히고, 연애는 어렵다던 남자가 어느새 당신을 기다리기 시작합니다. 복숭아가 익는 계절, 도망쳐 온 마을에서 가장 달고 조심스러운 사랑이 시작됩니다.